그리운 어머니..
1호선 양정역 공사 시작할 때 저는 국민학교 저학년이었습니다. 학교 마치면 집으로 가지 않고 9번 출구 밑을 내려다보며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엄마가 언제 나오시는지 빼꼼히 내려다 보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런 제가 매번 여기 오는 걸 아시는 엄마는 얼마나 마음이 조였을까요. 하교 후 부모님은 항상 집에 안 계시고 늦게 귀가하셨어요. 어차피 집에 가 봐야 아무도 없고 먹을 게 없으니 여기서 기다리는 수 밖에요.. 국민학교 내내 기초생활 대상자여서 정부미로 살았고, 쌀이 떨어지면 같은 반 쌀집 하는 부잣집 친구 가게에서 얻어왔습니다. 5형제라 그마저도 부족해 거제리 시장 상인들이 팔다 버린 부산물로 생존을 이어갔습니다. 입을 옷이 없어서 학교 체육복은 나의 일상복이며, 반에서 꼴찌는 나의 고정 자리였고, 그렇게 고등학교까지 뒷자리는 제 것이었습니다. 일찍이 눈이 트였던건지, 일단 먹고 살고자 중2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일을 했습니다. 지금은 대기업 부장이 되었고요. 그 다음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계속 진행형^^) 회사 동료들은 저의 과거를 잘 모릅니다. 그냥 조용히 있으면 그들의 눈에는 어디 스카이대 나온 사람처럼 보이겠지요. 학창 시절 주변 친구들 보다 조금 늦은 삶 이었지만 저는 계속 뒤쳐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결과가... 지난 시간의 경험 덕 일까요? 그간의 작은 경험들이 자산이 되어 층층이 쌓여 오늘의 제가 되었던거 같습니다. 가끔 지난날을 회상하며, 나이 40중반이 되어 이곳에 다시 방문해 보니 그동안 억눌려 있던 감정이 복받쳐 올라옵니다. 창피하게도 이 의자에서.. 뒤돌아서 펑펑 울었네요 ㅠㅠ 그때는 엄마가 절 올려다보셨죠? 막둥이가.. 이제 제가 밑으로 내려왔어요. 그때는 이곳이 깜깜해서 잘 안보였어요. 엄마, 저 다시 왔어요. 아프지 않고 잘 계시죠?
양정동·일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