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작가님 <소년이 온다> 독서모임 해요
책방에서도 한강 작가님 책 모임이 제법 많은 편입니다.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 않는다> 독서 모임을 했어요. 내일 저녁엔 <소년이 온다> 모임이 예정되었고 다가오는 26일은 <눈물 상자> 독서 모임을 합니다.
요사이 운전할 때마다 곧잘 듣는 영상이 있답니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상 수상식에서 했던 강연입니다. 몇 번 듣는데도 울컥합니다. 특히 다음 부분입니다.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
1980년 오월 당시 광주 시민자치에 참여했다가 죽기 전 새벽까지 도청 옆 YWCA에 남아 있다 살해되었던, 한 수줍은 성격의 조용한 젊은 야학 교사가 마지막 밤에 썼던 일기입니다.
1980년 5월 광주를 정면으로 다루는 소설을 써야겠다고 9백여 명의 증언 자료를 읽으며 이 소설을 쓰는 일을 더이상 진척할 수 없겠다고 거의 체념했을 때였다고 합니다. 한강 작가님은 이 문장들을 읽은 순간, <소년이 온다> 이 소설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벼락처럼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인간성의 가장 어두운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접하며, 오래 전에 금이 갔다고 생각했던 인간성에 대한 믿음이 마저 깨어지고 부서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고요.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
두 개의 질문을 이렇게 거꾸로 뒤집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이후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실제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다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고요.
이번 계엄령이 발표되었을 때도 이런 결과였던 것 같습니다.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사실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간의 참혹과 존엄 사이에서, 두 벼랑 사이를 잇는 불가능한 허공의 길을 건너려면 죽은 자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어린 동호가 어머니의 손을 힘껏 끌고 햇빛이 비치는
쪽으로 걸었던 것처럼.
당연하게도 나는 그 망자들에게, 유족들과 생존자들에게 일어난 어떤 일도 돌이킬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내 몸의 감각과 감정과 생명을 빌려드리는 것뿐이었다. 소설의
처음과 끝에 촛불을 밝히고 싶었기에, 당시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식을 치르는 곳이었던
상무관에서 첫 장면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열다섯 살의 소년 동호가 시신들 위로 흰 천
을 덮고 촛불을 밝힌다. 파르스름한 심장 같은 불꽃의 중심을 응시한다.
이 소설의 한국어 제목은 <소년이 온다>이다. ‘온다’는 ‘오다’라는 동사의 현재형이다.
너라고, 혹은 당신이라고 2인칭으로 불리는 순간 희끄무레한 어둠 속에서 깨어난 소년이
혼의 걸음걸이로 현재를 향해 다가온다. 점점 더 가까이 걸어와 현재가 된다. 인간의 잔
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되었다.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는 것
을.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렇게 <소년이 온다>를 완성해 마침내 출간한 2014년 봄,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독자
들이 이 소설을 읽으며 느꼈다고 고백해온 고통이었다. 내가 이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느낀 고통과,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이 느꼈다고 말하는 고통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생각해야만 했다. 그 고통의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인간성을 믿고자 하기
에, 그 믿음이 흔들릴 때 자신이 파괴되는 것을 느끼는 것일까? 우리는 인간을 사랑하고
자 하기에, 그 사랑이 부서질 때 고통을 느끼는 것일까? 사랑에서 고통이 생겨나고, 어떤
고통은 사랑의 증거인 것일까?”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
여덟 살에 썼던 시라고 합니다. 그 아이가 사용한 단어 몇 개가 지금의 한강 작가님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요. “뛰는 가슴 속 내 심장.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 그걸 잇는 금(金)실- 빛을 내는 실.”이 우리와도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요?
강연의 마지막 말도 감동이었습니다.
“필멸하는 존재로서 따뜻한 피가 흐르는 몸을 가진 내가 느끼는 그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한다.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에. 그 실에 연결되어주었고, 연결되어줄 모든 분들에게 마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이렇게 해서 세상에 나온 한강 작가님의 <소년이 온다>를 내일 저녁 7시에 함께 나누며 “사랑에 대해- 우리를 연결하는 고통에 대해” 느껴보고 싶습니다. 책을 읽으신 분이라면 누구든 신청 가능합니다. 많이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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